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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광화문 한복판에 '한평극장' 관객에 계란도 삶아주겠다

입력 : 2012.03.28 03:15

신개념 극장주 심철종
전용면적 10평 오피스텔에 회당 20~30명 받아 연극, 개관 공연은 다음달 20일

한 사나이가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예술의 씨앗을 심겠다고 나섰다. 스스로를 "상식적으로 보면 미친놈"이라고 말하는 연출가이자 배우 심철종(52)씨가 '극장'을 연 곳은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 광화문시대 401호. 27일 만난 '극장장' 심씨는 "우리나라 중심축인 광화문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극장의 정식 명칭은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이다. 1평은 한 사람이 팔다리를 펴고 편히 누울 최소한의 공간이자, 예술가와 관객이 교감할 최적의 공간을 말한다. '한평극장'이 들어설 오피스텔은 분양 면적이 23평(76㎡)으로, 공용 면적을 빼면 실제로는 10평(33㎡)이 조금 넘는다. 복층으로 설계돼 관객은 계단에 앉아서도 공연을 볼 수 있다. 첫 공연은 내달 20일 시작하는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 1회 공연에 배우 7~8명씩 나와 각자 10분씩 좋아하는 독백을 들려준다. 서울연극협회의 도움을 받아 섭외도 거의 마무리 단계다. 5월까지 50인이 나오고, 가을 2차 공연때 50인이 더 출연한다. 권성덕 길해연 박정자 박지일 장두이 등 명배우가 공연할 예정이다. 관객은 1회에 20~30명 정도 받을 계획. 심씨는 "관객이 옆집 마실 나온 듯 공연을 즐기도록, 물도 주고 떡도 주고 계란도 삶아 주겠다"고 했다.

27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오피스텔에 마련된‘한평극장’에서‘극장장’심철종씨가 1인극‘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한 장면을 연기하며 강렬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덕훈 기자 dhlee@chosun.com
범상치 않은 극장을 구상하게 된 것은 30년 쌓인 '도발 내공' 덕분이다. 일본 후쿠시마 실험 예술제 참가작인 '진혼굿', 1인극 '물과 불' 등 실험극을 주로 해온 그는 1998년 홍익대 앞에 전위예술의 산실로 불린 공연장 '씨어터 제로'를 열었다. 무용을 비롯한 각종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인디 밴드가 즐겨 찾는 공간이었으나 2004년 재건축을 원한 건축주의 요구로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강산에, 신해철 등이 폐관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언더그라운드·아방가르드·아웃사이더의 삶에 지쳐갈 즈음, 간경화로 "6개월 남았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게 3년 전.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심씨가 "죽기 전에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기어이 연 것이 '한평극장'이다.

'독백' 공연이 끝나면 심씨의 1인극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공연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75)를 보고 떠올린 작품이다. 잃어버린 기억을 향해 울부짖는 퍼포먼스를 담았다. 심씨는 "예술을 공감하고 느끼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배우와 관객이 최대한 가까이서 교감하면서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