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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 부산 갈맷길] 수영강, 신회동팔경(新回東八景)을 찾아

입력 : 2012.02.27 13:18 / 수정 : 2012.02.27 13:18

부산 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회동수원지길

회동수원지길은 2009년 부산갈맷길축제 때 부산 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만큼 평탄하고 쉬운 길인 동시에 수영강과 회동호의 수변이 제공하는 경관이 뛰어나다. 지난 45년간 상수원보호 차원에서 시민의 출입이 통제됨으로 인해 자연환경도 우수했기 때문이다.  13km 남짓한 이 길은 주말 평균 4,000~5,000명의 시민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매화꽃이 필 무렵 이 길을 다시 걸었다.

도시철도 1호선 노포동역을 빠져나와 울산 방면으로 10분쯤 걷다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교각을 돌면서 노포수련연꽃 농장으로 우회전한다. 들머리에 해당하는 이 지점이 오늘의 1경이다. 미나리꽝 너머 양산 동면 쪽 금정산 자락과 기장 철마산 자락이 수영강을 중심으로 병풍을 쳤다. 무논에 한가롭게 놀던 청둥오리들이 인기척에 뒷걸음질 친다. 그 야성이 반갑기도 한데 기준 없는 그 경계가 섭섭하다.

야시골로 넘어가는 모퉁이에서 바라본 회동5경으로 수면에 그림자로 짝을 이룬 부엉산이 인상적이다. / (어래)양산 동면 쪽 금정산 자락과 기장 철마산 자락이 수영강을 중심으로 병풍을 친 회동1경.
노포 TG로 빠지는 길 아래 굴다리를 지나면 수영강과 마주한다.  수영강은 기장군 정관면 용천산에서 발원해 남서 방향으로 유하하면서 법기천, 임기천, 여락천, 송정천 등을 데리고 흐르다 회동호에서 철마천과 합류한 다음 석대천, 온천천을 데리고 수영만으로 흘러드는 총 길이 19.2km 부산 제2의 강이다.  동래부지에는 실처럼 길게 이어졌다 하여 사천(絲川)으로 부르다 수군절도사영이 들어 선 이후 수영강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았다.

구간 2경을 보기 위해서라면 스포원 주차장 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 신천 방면으로 가야 한다. 구 신천교까지는 넉넉잡아 30분이면 된다. 여름이면 달덩이 같은 해바라기 노란꽃이 떼지어 춤추는 길이다.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한 장면 한다. 거기서 횡단보도를 건너 선두구동 체육공원로를 따라 가다 신천교와 용두교를 건너야 한다. 구 신천교는 보행자 전용다리인데 수영강을 조망하면서 오갈 거리를 가늠하라고 이정표를 설치했다.

멀리 계좌산과 윤산의 자락이 겹겹으로 포개어져 있고 수영강이 목을 향해 흘러가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구간 2경이다. 길은 우측 대숲에 연해 있는 편백길을 따라 상현마을로 연결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갈맷길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2년 전 여름 안내판이며 이정표를 설치하기 위해 몇 번을 걸었던 길이기에 내심 뿌듯함이 몰려왔다. 노선을 긋기 위해 답사하고 이정표를 설치하기 위해 걸었던 길에 흘린 땀방울이 그립다.

부엉산 정상에서 바라 본 회동호 너머의 풍경으로 회동6경에 속한다.
아직은 추운 계절, 우수를 앞두고 봄은 더디 오고 있다. 하지만 대한, 소한이 시나브로 지나갔듯 입춘, 청명이 차례로 올 것이다. 강물이 흐르듯 시간은 그렇게 가고 또 온다. 새삼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옛사람들의 표현이 실감난다. 그러자 강이 되묻는다. 뭘 했는가?

편백가로수 길 초입에서 세 그루의 나무를 만났다. 아직도 낙엽을 달고 있는 갈참나무와 털 보송보송 봄맞이를 앞둔 목련, 그리고 늘푸른 편백이다.  묘한 느낌이다.  각기 다른 성질의 나무가 겨울을 나는 처세가 이렇듯 다르다. 하지만 머잖아 하나의 색이 된다. 그 날을 고대하며 길을 살핀다. 편백가로수 사이 부들과 갈대가 펼쳐진 강안 풍경이 새롭다.

다시 길을 가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흔히 말하는 2% 부족한, 예컨대 10분 남짓한 이 구간에 편백이 줄지어 선 이 길 맞은편에도 짝을 이루어 편백이나 메타세쿼이어가 서 있다면 아치를 이룬 길이 더없이 정겨운 100% 만족을 선사할 것 같다는 바람이랄까. 더하여 닫힌 길이기보다 드문드문 창문을 달듯 조망공간을 틔워준다면 좋지 않을까.

입소문이 사람들 불러들이고 있어

직진하면 상현1길로 접어든다. 언덕을 넘자 강 건너 호두술산 골미골이 다가선다. 수영강이 회동호를 앞두고 유로를 꺾는다. 학송정을 지나자 푸른 담벼락이 길게 이어진다. 누군가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가이즈카 향나무를 촘촘히 심어 담장을 대신했다. 그 길이가 100여 m 골목을 이루고 있다. 구간 3경이다. 가꾼 정성이 보통이 아니거니와 보기에도 그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상적인 이 골목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사람을 머물게 하는 곳이다.

(위부터) 땅뫼산 모래톱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와 흰뺨검둥오리들, 그들의 야생성을 존중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땅뫼산 모래톱의 겨울철새는 회동7경이다. / 길은 생명을 치유하고 세상을 살리는 통로여야 한다. 매년 연밭에 산란을 위해 두꺼비들이 길을 건너다 비명횡사한다. / 수원지 댐을 앞두고 굴참나무 아래서 만난 다람쥐.
금정구는 최근 마을길을 넓혔다. 수원지 개방 2년차, 입소문이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그 여파로 전에 없던 군것질 가게도 생겼다. 맥반석 오징어며 핫도그, 오뎅 따위를  파는 모양인데  주말 이용 인파가 급증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마을길의 확장은 이용객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에 지역민원이 섞인 것이긴 하지만 그 수치가 마냥 좋은 것만을 뜻하진 않는다. 수용능력과 압(壓)은 늘 비례한다. 마을길의 확장과 주차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 따른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상현마을 신선집 앞을 거쳐 수원지길로 들어선다. 선동(仙洞)은 조선시대 선리로 불렸다. 오륜대와 인접해 있어서 ‘신선이 노닐던 곳’ 또는 ‘신선이 사는 마을’로 그 연원을 가지고 있다. 또 두구동 임석(林石)부락과 같이 선돌이 있어 선돌을 한자음으로 표기하다 신선 ‘仙’자를 따서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도 한다. 현재 선동의 자연부락은 상현마을과 하현마을, 신천마을, 하정마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하정마을은 조선시대 동래부 북면 소산리로 불렸던 곳으로 동래부의 역원(驛院)이 있었던 곳이었다.

상현마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수원지길이 시작된다.  데크가 설치된 새터골에서 바라본 수원지는 평온하다. 전체구간 중 3분의 1쯤 되는 지점으로 구간 4경이다. 크게 구분하자면 선동-오륜본동-금사동 정도 될 것 같다. 폭 1~1.5m의 길은 수변에서 불과 5~10m 내외로 조성되어 있다. 걷는 자 모두 만족하는 길이다. 소나무 숲길 한 구비를 돌아서면 땅목골이다. 회동호의 물결이 수변에 잔잔히 밀려와 그 흔적을 새겼다. 물가에 서면 사람의 마음은 차분해진다. 어머니 자궁 속의 평화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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