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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불탑·만다라… 눈 마주치면 미소가… 히말라야 산자락의 '행복한 나라' 부탄

입력 : 2012.01.19 04:00

푸나단쥬강의 두 줄기가 만나는 지점에 세워진 푸나카 드종의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모습./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부탄을 가다

형형색색의 전통 옷 고(남자)와 키라(여자)를 입은 사람들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보냈다. 정부가 도축을 금한 덕에 말 그대로 '상팔자'인 길거리의 개와 소 얼굴도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눈에 띄는 곳마다 절과 불탑이 있고, 나무 심고 다리 놓은 곳마다 산 자를 축원하는 깃발 '룽다'와 죽은 자를 위한 깃발 '마니다'가 나부끼는 히말라야 산자락의 작은 나라 부탄.

한반도 5분의 1 넓이의 땅에 70여만명이 모여 사는 부탄이 요즘 새로운 명칭을 갖게 됐다. ' 행복의 나라(Land of Happiness)'. 물질적으론 가난해도 국민 행복지수를 조사할 때마다 아시아 톱, 세계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 '행복'은 이 나라의 효자 상품이 됐다. 지난해 외국관광객 5만3000여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6만5000여명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13일 방콕을 떠나 부탄으로 들어가는 비행기의 승객들은 저마다 보고 느낄 행복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 들뜬 표정들이었다.

수도 팀푸의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을 찾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며 소원을 빌고 있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행복 찾아 떠나는 불국토 기행

달랑 한 개의 활주로만 닦인 '부탄 최대 규모' 파로 공항을 나와 가이드 쳬링(여·31), 운전사 초벨(25)과 만나며 일정이 시작됐다. 불국토(佛國土) 유람에서 어찌 절과 탑 구경을 뺄 수 있으랴. 부탄 불교의 뿌리는 라마교. 어느 곳이든 발을 디디는 순간 장엄한 불상과 매혹적인 만다라로 가득한 밀교의 세계로 빠져든다.

불국토 유람의 출발점은 3대 국왕의 어머니가 세웠다는 '내셔널 메모리얼 초르텐'. 동네 사람들 틈에 끼어 산스크리트어 경전이 쓰여진 마니 둥쿠르(소원을 비는 바퀴)를 돌린 뒤 5층 건물 높이의 위풍당당한 탑을 몇 차례 돌고 나자 마음과 머릿속이 텅 빈 듯 편안해졌다. 12세기경 팀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세워진 고찰 '장캉카 라캉'의 불당에서는 아이 안은 엄마, 남루한 옷차림의 남성, 일본인 부부, 미국 할머니도 지폐를 가지런히 펴서 보시한 뒤 세 번씩 절했다. 그 참배 삼매경을 틈타 개구쟁이티 나는 젊은 스님이 몰래 휴대전화메시지를 체크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푸나카 드종에서 수도하고 있는 젊은 스님들이 예불 의식에 쓸 기구들을 손보고 있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독경소리는 바람과 어우러져 협주곡이 되고

팀푸에서 옛 수도 푸나카로 가는 둘째 날 여정. 그 중간에 해발 3104m 높이 도출라 고개를 넘어야 한다. 똬리 튼 뱀처럼 구불구불한 산길을 엉금엉금 기어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 차를 세우니 이 나라 최고봉 강카푼숨(7564m)을 비롯해 병풍처럼 감싸 안은 하말라야 자락의 일곱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개 정상의 카페테리아에선 외국인들을 위한 주전부리를 거하게 내놓는다. 돼지고기에 쌀과 옥수수를 듬뿍 넣어 끓인 '투파'를 몇 수저 들고, 홍차에 야크젖 버터를 풀어 끓인 '수자'를 몇 모금 들이켜니 속은 든든하되 김치 생각이 났다. 꾸덕꾸덕 말린 고기 요리, 볶고 지지고 삶은 푸성귀가 대부분인 부탄 음식은 한국사람들 입맛에도 제법 맞는다. 그럴 수밖에 없을 물증이 있다. 현지어인 종카어로 아버지는 '아파', 어머니는 '암마'. 인종적인 뿌리는 몽골계통이라고 했다.

푸나카로 접어들자마자 나온 곳은 '위대한 미친 스님'으로 알려지며 부탄 불교사의 획을 그었다는 드럭파 쿤리의 전설이 얽힌 '치미 라캉'. 스님 신분이지만 술과 처녀들을 너무 좋아했다는 그는 도출라 고개에 숨어 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던 도깨비를 물리쳤고, 이를 기념해 15세기에 지은 절이 바로 치미 라캉이다.

이 나라에 불교를 전한 고대 티베트의 불교학자 구루 린포체, 17세기 부탄을 통일한 영웅 '샤브드룽 나왕 남걀'의 양쪽 호위를 받으며 석가모니가 위엄있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치미 라캉의 불당. 같은 방에는 술과 여자들을 한껏 껴안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미친 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탱화도 걸려 있다.

팀푸와 푸나카를 잇는 도출라 고개 꼭대기에서는 히말라야 산맥과 이어진 부탄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남자 강과 여자 강이 만나는 곳에 '푸나카 드종'이

푸나카를 향해 가는 길은 서부 부탄의 젖줄 푸나탄쥬 강과 나란히 한다. 콸콸 소리를 시끄럽게 내며 흐르는 '남자 강'과 잔물결도 없이 조용하게 흐르는 '여자 강', 그 두 줄기가 만나는 두물머리에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히는 '푸나카 드종(Dzong)'이 있다. '요새' 혹은 '성'이라는 뜻의 '드종'은 승려들의 수도원과 행정관청이 공존하는 부탄 사회의 중심이다.

푸나탄쥬 강을 건너 가파른 드종 어귀의 계단을 오르니 보리수나무가 넉넉한 풍채로 여행자를 맞아줬다. 17세기 지어진 이래 지진과 홍수 등 갖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버텨온 곳. 관청이 있는 남쪽에선 정복을 입은 경찰들이 한가로이 순찰 중이었고, '뎅 뎅' 종소리가 울리자 젊은 스님들이 일제히 북쪽 수도원 법당으로 모여들었다. "옴마니반메홈, 옴마니반메홈…" 독경 소리는 풍경 소리, 수십 마리 비둘기의 '파르륵' 날갯짓과 합쳐져 한 편의 협주곡이 돼 담장을 넘고 강줄기를 지나갔다. 그 장엄한 외침 "옴마니반메홈"을 홀린 듯 따라 하려니 가이드가 제동을 걸었다. "옴바니반메홈은 채식주의자들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우린 고기를 먹으니 이렇게 해야죠. '옴암홈' '옴암홈'…."

_여·행·수·첩

교통편

부탄 국적 항공사인 ‘드룩에어’가 방콕·델리·카트만두 등에서 부탄 파로로 가는 정기항공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방콕까지 가서 부탄행 비행기를 타는 게 효과적이다. 부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현지에서는 어떻게

통화는 눌트럼. 대략 우리 돈 1000원이 40~50눌트럼 정도. 부탄은 영어가 제2공용어라 대부분 주민이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