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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맛을 찾아서 ⑤ 맛도 모양도 빼어난 황남빵

  • 월간외식경영

입력 : 2011.06.27 09:03

천년고도 신라의 멋을 맛으로 이어가는 <황남빵>

우리나라 최대의 관광지이자 신라의 고도(古都) 경주에서 70여년이 넘게 빵을 만들어 그 맛을 인정받은 빵이 있다. 우리나라의 수제 전통 빵 생산량에 있어 단연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에 있어서도 어느 중견기업 못지않은 기록을 내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개인사업자로서는 최초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바가 있다. 신라 예술의 본거지에서 탄생한 빵답게 맛뿐만 아니라 모양까지도 빼어난 황남빵. 그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을 출발하여 두시간 남짓. 필자를 싣고 떠나온 부산행 KTX열차는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 땅에 닿았다. 내리면서부터 들려오는 정겨운 경상도 사투리가 짧은 시간 먼 거리를 숨 가쁘게 달려왔음을 실감케 한다. KTX 신경주역에서 자동차로 이십여분을 달려 경주시내로 이동하였다. 시내 한복판에 마치 언덕처럼 불쑥불쑥 솟아오른 옛 왕릉들을 지나쳐 가면서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와 역사의 도시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천마총과 대원릉 등 역사문화재가 경주의 옛 명물이라 한다면  그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는 황남빵은 오늘날 우리세대가 만들어낸 경주의 새로운 명물이라 하겠다.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넓은 매장에 수 십 명의 종업원들이 탁자앞에 서서 제각각 빵을 만들고 있다. 탁자위에 단팥소를 봉우리처럼 쌓아올려 놓은 모습이 마주 선 왕릉들의 모습을 닮아있다.


이름도 없이 시작해서 73년 동안 3대(代)를 이어 온 가업(家業) 
황남빵 가업의 창업자인 제빵장인 고(故) 최영화옹이 황남빵을 만든지는 지금으로부터 73년 전인 1939년. 스물한살의 나이에 제과 제빵기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우리의 맛과 문양을 가진 새로운 빵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전통 떡의 고물로 쓰이거나 찹쌀모찌 떡의 소로 쓰이던 단팥소를 빵에 넣어 찌지 않고 굽는 방식을 개발 해 내기에 이르렀다. 그 당시 최영화 옹은 빵 이름도 없이 만들어 팔기 시작하던 것이 그 맛을 인정받아 인기를 누리게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서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황남동에서 만드는 빵이라 하여 “황남빵”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 빵을 만들어내는 주인은 만들기만 했을 뿐, 그 이름은 사람들이 알아서 지어 부르고 그 이름을 타고 전국 방방곡곡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니 그 사연이 참 재미있다. 상품을 출시하기 전 철저한 고객 분석을 통해 제품을 기획하고 홍보마케팅에 전력을 다하는 기업의 경영자들이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70년대 초 황남빵 매장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던 고대 왕릉이 발굴되었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릉원(천마총)이다. 천마총 발굴로 인해 그 일대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황남빵은 자리를 옮겨 옛 경주시청 근처 황오동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황남빵의 황남동 시절이 창업자 최영화 옹의 시절이었다면 자리를 옮긴 후 황오동 시절은 그의 아들이자 황남빵 2대 계승자 최상은 대표의 시대였다. 최영화 옹의 둘째아들 최상은 대표는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그당시 촉망받던 대기업인 (주)대한전선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가업을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아버지 최영화옹의 부름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와 황남빵 제빵기술을 전수받기 시작해 1979년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올해로 3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황남빵 2대 계승자 최상은 대표의 아들 최진환군도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업을 이어 갈 결심으로 일본 와세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수시로 가업을 전수받고 있다고 하니 황남빵의 역사와 전통이 계속 더해져 발전해 갈 것임을 기대해본다.

빵의 70%가 국내산으로 만들어진 팥소. 달지않아 물리지 않고 담백한 맛
 황남빵의 주 재료는 국내산 붉은 팥으로  빵 중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가 흔히 제과점이나 떡의 팥소를 생각한다면 너무 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빵의 대부분을 팥소로 채워 넣으면서도 달지 않고 그래서 물리지 않는 것이 황남빵의 특징이며 그렇게 팥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 황남빵 맛의 비결이라고 최상은 대표는 말한다.

“황남빵의 구성은 팥소와 반죽입니다. 간단하죠? 하지만 간단한 레시피구성으로 차별화된 맛을 낸다는게 그러면서도 어려운 것이겠죠. 100% 국내산 팥을 구입하여 선별하고 깨끗이 닦아 광주리에 담아 놓습니다. 그러고는 수분이 제거된 팥을 삶아서 곱게 분쇄하고  팥의 물기를 짜고 소금, 설탕, 전분등을 일정비율 혼합하여 졸여내죠. 그 외에도 여러 복잡한 공정을 거쳐 황남빵의 팥소가 만들어집니다. 황남빵은 팥소를 넣어 만든 찐빵과는 달리 어찌보면 서양과자의 쿠키와도 닮았고 일본의 화과자와도 닮은 점이 없지 않으나 화과자나 모찌떡의 팥소는 단맛이 강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두세개 먹으면 물려서 더 먹기가 힘들죠. 그러나 우리 황남빵은 고객 대부분이 한번 오시면 여러 개씩 사서 곁에 두고 수시로 간식삼아 드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빵의 대부분이 팥소로 이루어져 있으니 팥 소비량도 대단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내산  팥 소비량이 전국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고 한다. 최상은 대표는 팥의 효능과 특성, 가공과정에 대해 설명 해 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해준다.

“우리 황남빵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가 품질 좋고 저렴한 국내산 팥 확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팥의 대부분이 수입산이고 가격경쟁의 논리에 사로잡혀 수입산 팥은 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버지께서 처음 빵을 만드실 때는 물론 수입팥이 없어서도 쓰지 않으셨겠지만 제가 가업을 물려받고 이 가게를 운영하며서 그 전통과 아버지의 뜻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입산 팥의 낮은 품질과 국내산의 높은 재료비용은 둘째 치고라도 우리 팥 품종을 지켜 나가고 그 팥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소득원이 된다는 점을 저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황남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명품 빵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재료 또한 우리의 땅에서 우리의 종자로 키운 우리것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종자 우리 팥을 고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실제로 작년과 올해 팥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오르는 등 가격변동이 크고 물량확보마저 힘들어 난감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 팥의 사용량이 많다보니 구매 후 보관상의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팥은 저장이 까다로워 일정기온 이상에서 보관하면 벌레를 먹기 쉬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한다.
 최상은 대표는 고심 끝에 경주시와 이웃 지자체인 의성군과 계약재배 협약을 맺어 품질 좋은 최상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면서 팥 저장 저온창고 건설현장으로 필자를 안내한다. 황남빵의 더불어 사는 삶의 철학. 그리고 그 맛과 전통을 지켜 나가려는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1 직원들이 각 파트별로 나뉘어 황남빵으로 정성스레 만들고 있다. 2 황남빵의 맛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한다. 3 갓 구어져 나온 노릇한<황남빵>의 모습.

체계적인 생산관리와 인력관리로 수제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황남빵은 엄청난 주문수요에도 불구하고 창업이래 지금까지 모든 생산과정에서 수제방식으로 빵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넓은 매장 안에서 생산기술자들이 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한 눈에 볼수 있다. 저울에 재료를 달고 섞어서 반죽하고 성형하고 굽고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빵공정을 구경 할 수 있다. 황남빵 빵집에 와서 직접 빵을 사 먹는 또 다른 재미이다. 빵 만드는 모든 공정을 고객들한테 낱낱이 공개하는 것은 위생과 재료 등 모든 부분 숨길 것 없다는 품질에 대한 자부심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최상은 대표는 말한다.

“황남빵은 손으로 만드는 방식을 언제까지 고집합니다. 손으로 만드는 정감과 맛을 절대로 기계로는 흉내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버지와 저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손으로 만들면서 밀려드는 주문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철저하게 제빵과정을 분업화 하고 각 공정의 생산기술을 숙련시킴으로써 생산능률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매장을 보면 아시다시피 재료 배합부터 포장까지 생산공정에서의 동선(動線)을 최대한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작업 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설계하였습니다. 더불어 고객들께서 우리 황남빵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황남빵을 사 먹는 또다른 재미를 만들어주게 되었죠. 입으로만 먹는게 아니라 눈으로도 먹는다고 할까요?(웃음)” 

황남빵은 재료의 배합비율과 팥소를 만드는 기술 등 핵심기술을 제외한 모든 생산과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으며 제빵 기술의 전수도 철저한 도제식 교육으로 숙련된 황남빵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재료 반죽에서 성형에 이르기까지 수년의 교육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이웃과 함께하라
황남빵 창업자 최영화 옹은 더불어 사는 삶과 물욕(物慾)에 사로잡히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황남빵은 체인점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투자제의와 가맹사업을 권유받아왔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주차장 담벽에 붙어있는 간판에는 황남빵 매장 간판에 체인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크게 적어놨다.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없어서 못팔거나 길게 줄서서 기다려 사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빵을 미리 만들어놓거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고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준비된 만큼 만들 뿐입니다. 아버지가 만드셨고 저와 제 아들이 이어가야 할 황남빵이 원래의 그 맛과 정신을 잃지 않고 잘 지켜나가는게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체인사업을 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아 더 큰 수익을 창출하고 시장점유율도 높이고 명성도 쌓아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럴수록 황남빵의 맛과 품질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만은 사실이겠죠. “황남빵의 맛과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이것이 체인점 가맹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황남빵은 현재 상표등록, 특허, 의장등록 등을 특허청에 등록 한 상태로 유사상품에 대한 제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경주 시내를 비롯한 전국의 유사상품들에 되도록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황남빵을 사러 왔다가 사가지 못하시는 분들에 대한 미안함이며 또한 더불어 사는 삶의 이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라고 한다.
거식증에 걸린 사람이 입맛을 못찾고 고생하다가 어느날 가져다준 황남빵을 먹고서는 식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떤 사람은 술 많이 마시면 그 다음날 해장용으로도 먹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껍질을 벗기고 빵 속에 담긴 팥소를 뜨거운 물에 타서 먹는다고 하는데 팥이 몸 안에서 이뇨작용을 돕는다고 하니 음주 후의 숙취를 배출시키는 데 도움이 없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역사와 전통 못지않게 재미난 사연과 이야기도 많은 황남빵이다.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 그 곳은 천년 전 신라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신라문화의 보고(寶庫)다. 경주의 많은 문화재와 유적지가 신라인의 천년 숨결을 이어 온 문화재라 한다면 황남빵은 이곳 경주에서 피어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 맛이 천년을 이어갈 우리 세대의 새로운 문화재가 아니겠는가? 황남빵의 변하지 않는 맛과 정신을 기대해 본다.

글,사진 심상용 l 원조코리아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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