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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나라에선 잘 몰라줘도… 한국에만 오면 "꺄아~"

입력 : 2011.01.11 03:02

유키 구라모토 등 신인·무명 외국 뮤지션
CF·드라마로 인기, 내한하면 '톱스타 체험'
소규모 음반사들, 한국인 취향 발굴해 홍보

Q. 작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 국내외 뮤지션 가운데 가장 유료 관객이 많았던 사람은?

A. 유키 구라모토.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60)가 드디어 한국 공연계 '대표 선수' 자리에 올랐다. 1995년에 국내 첫 음반이 발매된 이래 15년 만이다. 작년 12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공연의 유료 객석 점유율은 90.9%로 1년간 이곳에서 열린 모든 공연 중 가장 높았다. 2위는 KBS 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였지만 3위 역시 10월 2일 열린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87.2%)였다.


그러나 쉽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는 이 연주자는 아직도 일본이나 세계 음악계에서 '신인'에 가깝다. 그나마 한국에서의 폭발적 인기를 일본 매체가 본국에 알리면서 이름을 알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에서 이 뮤지션은 거의 무명이었다. 유키 구라모토의 음반을 내는 씨앤엘뮤직은 "그간 국내에 앨범 14장을 발매해 150만장가량 판매했다"며 "한국에서 먼저 뜬 뒤 거꾸로 일본에서 유명해진 뮤지션"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외국 뮤지션은 이밖에도 많다. 일본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 역시 유키 구라모토의 인기 이후 비슷한 풍의 연주 음반을 내면서 열심히 '선배'를 따라가고 있다. 이들은 국내 드라마나 CF에 음악이 쓰였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 높은 외국 뮤지션이나 팝송은 주로 드라마나 CF에 등장한 뒤 인기를 얻었다. 위로부터 유키 구라모토, 스트라토바리우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EMI뮤직
독일의 듀오 캐리&론은 노래 'I.O.U'가 드라마 '애인'에 쓰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독일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당시 한국에 초청돼 방송사에 불려다니며 '인기가수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캐나다에서 오래전 활동을 그친 여자 가수 수잔 잭스 역시 자신의 1981년 노래 '에버그린'이 국내 드라마에서 쓰이면서 뜻밖의 저작권료 수입을 챙겼다.

노르웨이의 포크 팝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도 한국 내 인기에 당사자들이 놀란 경우다. 이들은 몇 년 전 첫 내한공연에서 괴성을 지르며 무대 앞으로 달려드는 여자 팬들에 얼어붙어 공연을 제대로 못 할 정도였다.

유명한 뮤지션의 무명곡이 한국에서만 히트한 경우도 많다. 1997년 6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첫사랑'에 쓰였던 발라드 '포에버'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주부 시청자들이 이 노래가 담긴 음반을 찾느라 '포에버'를 부른 스트라토바리우스의 앨범 '에피소드'가 불티나게 팔렸다. 판매량이 10만 장을 넘어 이 앨범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곧이어 대규모 환불사태가 벌어졌다. 13곡이 실린 앨범 중 '포에버' 한 곡을 뺀 12곡이 모두 귀를 찢는 스피드 메탈이었기 때문이다. 이 핀란드 메탈 밴드는 아무 잘못 없이 한국 드라마 팬들의 불평을 감수해야 했다.

영국 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Before The Dawn'도 유독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이 곡이 워낙 바깥에서는 인기가 없다 보니 이들이 내한 공연 당시 인터뷰에서 "그 노래는 연주하는 법도 잊어버렸다"고 말할 정도였다. 미국 R&B 가수 락웰의 'Knife' 역시 그의 유일한 히트곡 'Somebody's Watching Me'를 제치고 한국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래다.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팝송의 출현은 음악업계와 미디어의 공생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소규모 음반사에서 한국인 취향에 맞는 음악을 발굴해 '올인'하면 간간이 히트작이 나온다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멜로디가 강조된 발라드를 미성의 가수가 부른 노래가 보편적 대중에게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로 영국 차트는 물론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라도 한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 음악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