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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녀 김만덕 6대손, 추사 친필 '恩光衍世' 기증

입력 : 2010.05.03 02:50

김만덕의 6대손인 김균(왼쪽)씨가 추사 김정희가 쓴 편액‘恩光衍世(은광연세)’를 기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만덕기념사업회 공동상임대표인 제주 출신 탤런트 고두심씨. / 이종현 객원기자 grapher@chosun.com

"만덕 할머니 기린 글이니 제주에 가야죠"
1840년대 제주도 유배 시절
추사체 완성단계 때 쓴 작품
"나눔의 뜻 널리 퍼졌으면"

"김만덕 할머니의 나눔과 베풂 정신이 후세에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기증하게 됐습니다."

김만덕(金萬德·1739~1812년)의 6대손인 김균(金均·79·경남 마산)씨가 추사 김정희의 친필 편액(扁額·건물이나 문의 중앙 상부에 거는 액자)인 '恩光衍世'(은광연세·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진다)를 김만덕기념사업회에 기증했다.

'은광연세'는 제주도로 귀향(1840 ~1848년) 온 추사가 '김만덕이 사재를 털어 굶주린 제주도민을 구휼했다'는 수십년 전 선행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를 칭송하기 위해 김만덕의 3대손인 김종주씨에게 써 준 것이다.

이 편액은 붉은빛을 띠는 벚나무 재질에 가로 98㎝, 세로 31㎝ 크기다. 작품 오른쪽에 '추사가 김만덕의 나눔 정신을 흠모해 이 작품을 남긴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낙관은 김정희의 또 다른 호인 '阮堂(완당)'으로 새겨졌다.

그동안 이 '은광연세'에 관해선 '김만덕 후손 누군가가 보관하고 있을 것'이란 추정만 있을 뿐, 정확한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었다.

김균씨는 "가문에서 여러 대째 보물로 간직해왔지만, 제주에 있어야 진정한 보물이지 다른 곳에 있으면 빛이 바랜다고 생각했다"며 "나눔쌀 만섬쌓기와 김만덕 할머니를 5만원권 지폐의 인물로 넣기 위한 제주도민들의 노력,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 등을 보면서 하루빨리 제주의 보물로 빛나게 해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만덕 할머니의 정신을 알고 나눔과 베풂을 실천하게 된다면 그것이 편액에 새겨진 진정한 의미"라며 "할머니께서도 지하에서 '너 잘한다, 내 뜻을 안다'고 칭찬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1일 제주시 사라봉 모충사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김만덕 기념사업회 상임공동대표인 고두심씨는 "김만덕은 조선시대 여성으로서 재산을 모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대표적 인물"이라며 "편액의 뜻대로 그의 나눔과 봉사정신, 은혜의 빛이 세상에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추사 연구가인 김영복 감정위원은 "1840년 제주로 유배온 추사가 추사체를 완성하는 단계인 1841~1844년 사이에 쓴 작품으로 보인다"며 "특히 추사가 왜 편액을 주었는지 잘 설명돼 있어 유물로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편액은 '김만덕기념관'이 건립되기 전까지는 국립제주박물관에 보관된다.

김만덕은 1794년 제주에 흉년이 들자 전 재산을 털어 곡식을 사들여 나눠줘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구했고, 정조는 김만덕에게 내의원(內醫院)에 속한 여의(女醫) 가운데 으뜸인 '의녀반수(醫女班首)'라는 벼슬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