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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새] 검독수리, Golden Eagle - 곰 새끼도 사냥하는 ‘하늘의 제왕’

입력 : 2010.03.11 10:04

비상하고 있는 독수리.

암수 서로 발 붙잡은 채 풍차처럼 돌며 번식 행위
흔히 아는 독수리는 이글…사체 먹는 무리는 벌처



누구나 알다시피 신촌에 위치한 한 사립대학의 상징은 독수리다. 교내엔 독수리상도 자리하고 처음 학교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꼭 그 독수리 상 앞에서 사진 한 컷은 빼먹지 않는다. 또한 학교를 소개시켜주는 사람도 패키지여행의 현지 가이드처럼 꼭 그곳에 들른다. 그리고 예전엔 학교 앞에  ‘독다방(독수리다방)’도 있었다.

누구나 ‘독수리’라고 부르던 그 독수리상(像)의 주인공은 과연 독수리가 맞을까? 이와 관련하여 얼마 전 저녁 늦은 시간에 한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자신의 아군(我軍)으로써 적의 포위망에 갇혀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자신을 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논쟁의 도화선은 독다방이었다. 친구들끼리 간만에 모인 자리에서 옛날 대학 신입생 시절을 얘기하다 당시 약속 장소였던 ‘독다방’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친구 녀석이 그냥 흘려보내질 않고 가로챘다. 그러고선 “니네 그게 독수리가 아닌 거 알어?”라고 모두에게 물었다. 숲에서 나뭇잎만 본 셈이다. 잘 흐르던 얘기의 물꼬를 딴 곳으로 전환시킨 것도 모자라 상식 밖의 소리에 대화는 정지되었고, 일명‘탈(脫) 무드’죄값으로 집중포화를 받게 되었다. 결국 예전에 그 상(像)이 독수리가 아니라고 말한 장본인이 나이므로 내게 지원사격을 요청한 것이다.

1 흔히 이글로 불리는 검독수리는 사람보다 3배 정도 멀리 볼 수 있는 눈과 날카로운 부리를 가졌다. 2 분류학적으로 이글과 달리 버저드에 속하는 말똥가리. 3 분류학적으로 팰콘에 속하는 매.


그 독수리가 한국조류학회의 조류 명명집(命名集)에 기록되어 있는 독수리가 아니라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으로 독수리로 부른다는 것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는 말을 그가 바꿔준 ‘적’에게 전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 후 그 친구는 전사했다고 한다. 친구들과 대화 속에 함께 잘 어울려 놀 것이지, 분위기 깨는 외딴 짓 한 것과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한잔하며 놀며 전화한 것에 심술이 나서 적(물론 또 다른 친구)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이다.

사실 독수리는 작년 늦가을에 얘깃거리로 한번 다뤘듯이 사냥을 하지 않고 사체를 먹는, 즉 생태계의 청소부로서 흔히 알고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일반적인 그 독수리와는 다르다. 날개의 형태도 빠른 속도보다는 장기간 하늘에서 머물거나 이동할 수 있도록 넓고 긴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들은 흔히‘벌처(Vulture)’라 일컫는다.


원앙과 달리 일부일처제 유지


우리가 흔히 아는 힘세고 용맹스러운 독수리는 실제‘이글(Eagle)’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검독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흰죽지수리 등이 이 무리에 속한다. 이들은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지녔으며 빠른 날갯짓으로 들짐승이나 날짐승을 직접 사냥해서 먹어치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맹금류(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육식 조류)를 형태나 행동 등에 따라 크게 구분 짓지는 않지만 실제 분류학적으로는 벌처(Vulture, 독수리류), 이글(Eagle, 수리류), 팰콘(Falcon, 매류), 버저드(Buzzard, 말똥가리류) 등 여러 무리로 나뉜다. 이들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팬을 지닌 무리는 단연 이글(수리류-흔히 부르는 독수리)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카리스마계의 지존이자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독수리 이미지의 대상은 바로 검독수리다. 향간에는 검(劍)수리, 금(金)수리로도 불렸다. 용맹성과 형태에서 비롯한 이름이지만 그 속에는‘검독수리’라는 이름 속에 들어 있는 썩은 고기만을 먹는 무능한 독수리가 갖는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벗기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알타이산맥 주변에서는 검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을 아직도 하고 있다.
검독수리의 용맹함과 힘은 먹이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다. 토끼나 사슴, 꿩뿐 만 아니라 여우, 늑대 등을 포식하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몽골 지방의 경우 둥지 내 남겨진 먹이의 잔해를 조사해 보면 날쌔고 예리한 사냥기술을 지닌 사냥꾼인 매를 비롯하여 밤의 황제인 수리부엉이나 수리과의 다른 맹금류(猛禽類)들도 검독수리에겐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 드문 경우지만 심지어 곰의 새끼도 포식한 기록이 있어 가히 하늘의 제왕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조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물계 전체의 먹이사슬에서 최고 정점에 있는 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몽골 서부 등 알타이산맥 주변의 국가들에서는 검독수리를 이용한 사냥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검독수리의 용맹은 과거 여러 민족들에게 우상의 대상이었으며 현대에도 군대의 상징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북미 인디언들에게 검독수리는 신성시되었으며 추장들의 머리 장식깃이 바로 검독수리의 것이라고 한다.  


먹이사슬 최정점 종은 새끼 많이 안 낳아

여우 사냥 중인 검독수리.


현재 검독수리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 대륙, 아프리카 등 극지방을 제외한 북반구 전역에 걸쳐 분포한다. 한 곳에서 사계절 동안 정주하며 번식과 월동을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번식만하고 겨울철에는 먹이를 찾아 저위도 지방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월동만 하는 지역도 있다. 형태를 보면 전체적으로 짙은 암갈색이며 머리와 목은 황금색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금수리의 영명이‘골든이글(Golden Eagle)’로 명명된다. 날개를 편 길이는 2m에 달하며 몸길이는 1m 정도이다. 몸무게는 최대 7~9kg 정도까지 나간다. 육중한 몸과 큰 날갯짓으로 만드는 속력은 시속 240km에 달한다. 특히 하늘에서 먹이를 목표로 내려꽂을 때의 순간 속력은 이를 상회한다.   

번식기가 되면 짝을 이룬 암수는 서로의 발을 붙잡은 채 풍차처럼 돌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이한 행동을 하게 된다. 둥지는 산악지대의 가파른 암벽이나  나무에 짓고 산란은 주로 3월부터 시작된다. 알의 크기는 대략 7.5cm 정도이며 대체로 하나에서 많게는 4개까지 낳는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으며 40일 전후로 알은 부화한다. 새끼는 3개월 정도 둥지에서 어미의 보살핌 속에 자란 후 둥지를 떠나게 된다. 일부일처제이며 한번 맺은 짝이 몇 년 혹은 영구히 지속된다.

현재 검독수리의 전 세계 생존개체수는 17만 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수가 증가하는 곳도 있지만 국내의 경우 번식하는 무리는 거의 사라졌다. 먹이사슬의 특성상 최고 정점에 있는 종은 새끼를 많이 낳지 않는 데다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인해 결국 국내에서 번식하던 무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해마다 겨울이 되면 10여 마리 안팎의 소수만이 찾아와 월동을 한다. 몇 해 전에는 양구나 화천 등 민통선 부근과 동강 인근지역의 산악지대에서 번식행동에 대한 목격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얘기조차 나오질 않고 있다.

(좌)먹이를 먹고 있는 검독수리. (우)먹이를 먹는 중 주변을 경계하는 검독수리.


국내에서는 검독수리의 경우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과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지만 월동지마저 서식지 환경악화로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특히 올 겨울에는 검독수리의 월동 소식마저 듣지 못했다. 검독수리가 사라진 하늘이라서 그런지 올 겨울 하늘은 그렇게 허전했나 보다.

이제 다시 싹이 트고 새들이 지저귀는 봄이 오고 있다. 그래도 동강이나 양구에서 들려올 소식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검독수리의 날개로 가득 채워질 푸르른 하늘도 기대해 본다.

TIP
조류의 시각, 척추동물 중
가장 발달…사람보다 3배 멀리 봐


조류의 시각은 척추동물 중 가장 발달되어 있으며, 사람이 볼 수 있는 거리의 2.5~3배에 해당하는 거리에 있는 물체도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척추동물과 다른 몇 가지 특징과 구조적인 차이를 보인다. 첫째로 안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사람의 경우 안구는 머리 전체 부피의 1%에 불과하지만 조류는 10% 이상 크게는 15%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로 매우 높은 정확성을 지닌다. 이러한 정확성은 안구 내에 존재하는 광수용세포(Photoreceptor Cell)의 밀도와 연관이 있으며 사람보다 5배 이상의 밀도를 지닌다. 이러한 정확성은 비행과 연관이 있으며 특히 힐끗 보는 것만으로도 정확히 상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조류의 눈 구조 중 특이한 점은 수정체의 모양이 종마다 다양하다는 것이다. 앵무류의 경우 앞쪽은 평면인 것에 반해 뒷면은 굴곡이 심하며 오리류의 경우는 앞뒤 모두 굴곡이 심하다. 그리고 수정체의 움직임만으로 초점을 맞추는 사람과는 달리 조류의 경우 각막과 수정체 모두의 모양 변화로 인해 초점을 맞춘다. 다만 잠수성 오리의 경우 물에서 눈을 뜬 채 물고기나 먹이를 찾을 경우 물과 각막이 맞닿아 있어 빛의 굴절률 변화가 없으므로 수정체의 움직임만을 이용해 초점을 맞춘다.

그 외 조류 안구의 구조적 특징 중 하나는 사람의 경우 구형이지만 일부 종의 경우 긴 안구를 지녔다. 이러한 구조는 빛의 투과량을 최대로 하여 어두운 곳에서 물체를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수리류의 경우 중앙의 시야는 30% 이상 확대되어 보이므로 공중에서 먹이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 월간산
  글·사진 정옥식 박사·한국조류학회 총무이사 nansamat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