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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마 그곳엔… '한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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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3.02 15:40

가고시마의 상징인 활화산 사쿠라지마(櫻島). 봉우리 오른쪽 끝에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가 구름처럼 걸려 있다. 사쿠라지마를 둘러싸고 있는 만(灣) 이름은 금강(錦江). 충남 공주에 있는 금강과 이름이 같은 건 우연일까.
친구를 ちんぐ(친구)라 부르는 곳 '가고시마' 친구라는 말처럼 가까운 인연 뒤에는 악연도 숨어 있다.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이요, 조선인 가미카제들이 출격했던 곳이기도 하다. 8년 전 한국말을 배우러 서울에 유학왔던 한 일본인 친구에게서 일본 남쪽 지방에 ‘친구(ちんぐ)’라는 방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어로 친구를 뜻하는 단어는 도모다치(友達)인데, 그쪽 사람들은 ‘친구’라 한다는 것이다. 친구를 친구(ちんぐ)라 부른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한국색 짙은 그 마을이 정확히 어디메고, 그 말이 어떻게 유래됐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친구 동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 건 지난주 일본의 남쪽 섬 규슈, 그중에서도 가장 남쪽 가고시마(鹿兒島)현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는 이마이 이쿠오(이와사키그룹 고문)씨의 자동차 안이었다. 마침 라디오에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윤손하씨가 게스트로 나와 한류 열풍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김상, 장동건 나오는 ‘친구’라는 영화 알아요? 나 그 영화 제목 듣고 깜짝 놀랐어. 글쎄, 어릴 때 내 고향 구시키노(串木野)에서 옛 어른들이 쓰던 말 인거야. 뜻도 같고.” 구시키노! 가고시마현 서쪽에 있는 이곳이, 친구 마을이었다. 이마이씨는 심수관 선생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구시키노항을 통해 들어와서 ‘친구’란 말이 남은 듯 싶다고 했다.

가고시마. 그렇게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인연이 깊어질수록 그 한편에선 악연이 꿈틀대기 마련이다. 가슴 아픈 사연 또한 곳곳에 널려 있다. 정한론을 주장했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고향도 이곳이요, 조선인 가미카제 16명이 왜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른 채 아리랑을 부르며 남태평양으로 출격했던 지란 마을도 이곳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날 한국이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는 언덕 가라쿠니다케(韓國岳·한국악)도, 활화산인 사쿠라지마가 있는 금강만(錦江灣·긴고우완·공주의 금강과 같다)도 이곳에 있다.

하얀 크림 위에 고춧가루가 뿌려져 있는 겨울연가 아이스크림 광고.
그런 가고시마가 지금 한국과 사랑에 빠져 있다.

고춧가루를 뿌린 ‘겨울연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편의점에서 팔리고, 가고시마 중앙역에선 박용하의 얼굴이 찍힌 신칸센이 운행되고, 여행업체들은 한국 손님 모시기에 열중이다. 가고시마에서 한국은 현재진행형이다.

과거의 악연을 고스란히 안고 있지만 결코 멈추지 않고 새롭게 쓰여지고 있는, 그런 역사다. 봄이 한걸음 먼저 온 가고시마에 갔다.

◆ '아리랑' 비석 있는 가미카제 전시관

가고시마는 태평양전쟁 당시 ‘자살공격대’ 가미카제들이 출격했던 곳이다. 폭탄 실은 전투기를 타고 미군 함대에 돌진하던 특공대들이다. 가미카제는 일본으로 진격하는 몽골과 고려 연합군 함대를 바다에 수장시켰다는 바람 ‘神風(가미카제)’에서 따왔다.

가미카제들의 제로기 전투기가 이륙했던 활주로, 지금은 가미카제들과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고 있는 특공평화회관이 서 있다. 거기에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이름 김상필, 제32비행대 대위, 출신 한국, 나이 25세. 이곳에 기록된 한국인 특공대는 모두 16명. 사진 앞에 서니, 가슴이 아릿하다.

일본 영화 ‘호타루’(감독 후루하타 야스오)를 기억하시는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국인 가미카제 가네야마(김선재) 소위의 얘기를 다룬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가고시마에 있는 무사마을 지란이다. 지란에 가면 가미카제 대원들이 출격 직전까지 머물렀던 집과 영화 속 대원들이 즐겨찾던 찻집이 그대로 남아 있고, 연합군의 군함을 향해 출격하던 그 활주로 위에는 ‘지란특공평화회관(知覽特功平和會館)’이란 이름의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특공과 평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단어가 어색하게 조합돼 있는 이곳에서 일본인은 숨죽여 흐느끼고 있었다.

출격 직전 비장한 각오로 전투기 앞에 서 있는 특공대원들 사진을 훑어보고 있는데 유난히 슬픈 표정을 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 김상필. 한국 출신 25세 대위.

영화 속 김선재 소위 같은 한국청년이 일본인들 사이에 나란히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걸려 있는 한국인은 탁경현, 노용우, 이현재, 박동훈, 최정근, 이윤범, 김광영, 한정실, 임장수 등 총 16명. 천황을 위해 꽃처럼 웃으며 산산이 부서지겠다는 일본인 특공대들 틈에서 이 한국인 대원들은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남의 나라’ 전쟁에서, 그렇게 안타깝게 사그라져 버렸다. 영화 속 김선재는 출격을 앞두고 조용히 아리랑을 부르며,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하는 조국과 이별한다. 그들도 매일 밤 서쪽 하늘을 보며 흐느끼지 않았을까.

한국인 가미카제를 기리는 석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아리랑 노래 소리도 멀리 어머니의 나라를 그리워하며 진 사쿠라사쿠라.” 이들의 죽음 앞에 무릎 꿇어야 할 죄인은 과연 누구인가.

◆ 정한론자 '사이고 다카모리' 지금은 마스코트 인형으로

가고시마는 19세기 말, 조선에 쳐들어가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다. 지난해 한·일 정상회담 장소가 가고시마로 결정됐을 때 한국정부 일각에서 ‘불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1868년 메이지정부는 왕권을 복고하면서 조선에 국교 회복을 요청했다. 조선 정부는 왜국과 동등한 외교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신의 접견을 거부했다. 1872년 또다른 사신이 군함을 타고 부산에 도착하자 “군함 타고 온 왜국 사신은 더더욱 불가”라고 했다. 이에 사이고 다카모리를 위시한 일부 관료들이조선 파병을 주장했으니, 이것이 바로 정한론이다.

사이고는 이렇게 주장했다. “내가 사절로 가서 그곳 대신들 비위를 몹시 상하게 만들어 놓으면 저들은 당장 나를 살해할 터인즉 나의 죽음을 구실삼아 조선을 침략하라.” 그런데 유럽으로 떠났던 사절단들이 돌아와 국내 경제 우선을 주장하면서 정한론은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이에 사이고는 고향에서 군사 1만5000명을 이끌고 구마모토로 진군했다가 정부 토벌군에 패해 전사했다.

그런 사이고가 지금 가고시마에서 일종의 마스코트처럼 인형으로도 판매될 정도니, 가고시마, 참으로 한국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땅이다.

[여행수첩] 산, 바다, 온천, 그리고 역사. 웰빙과 역사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가고시마 여행은 아쉽게도 아직 배낭여행으로 떠나기에는 무리다. 대중 교통 수단이 발달돼 있지 않고, 이 섬 저 섬으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패키지 상품을 활용하면 편하다.

비행편 대한항공에서 주 3회(수·금·일) 인천~가고시마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항공료 일반석 40만2500원. 주말에는 골프 관광객들이 몰려 자리잡기 쉽지 않으니 미리미리 서두르시길.
가고시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 세 가지. ①달콤한 가고시마 팥빙수 ‘시로쿠마(白熊)’. 하얀 얼음 위에 송송 박힌 팥알이 귀여운 백곰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팥은 작지만, 고소한 연유가 담뿍 들어 있어 한국 팥빙수보다 2배 이상 고소하다. 700엔. ②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어묵 ‘사쓰마아게’. 갯장어, 날치 같은 생선에 술과 설탕을 넣어 바싹 튀겨 낸 것.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 100g당 200엔 정도. ③일본어로 고구마는 ‘사쓰마이모’다. ‘사쓰마’는 가고시마의 옛 이름이고, ‘이모’는 뿌리식물을 뜻하는 일본어. 고구마의 본고장이 가고시마란 얘기다. 가고시마 시내 중심가인 덴몬칸에 있는 ‘사쓰마이모관’에 가면 고구마 소주, 고구마 케이크, 고구마 모양 키티 인형 등 다양한 고구마 관련 상품을 살 수 있다.

패키지상품 가고시마 최대 호텔체인인 이와사키호텔(서울사무소·02-598-2952)과 현대드림투어(02-3014-2315)에서는 4월 10일까지 3박4일 가고시마 특가 할인 패키지(69만9000원)를 판매한다. 이와사키호텔은 한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3월부터 이부스키, 기리시마, 다네가시마 지점에 한국인 직원 3명을 파견했다.

골프
가고시마에서는 따뜻한 기후와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일본에서도 골프치기 좋은 곳으로 통한다. 매년 11월 카시오 오픈이 개최되는 이부스키 골프클럽은 가고시마 최고의 골프코스. 사쓰마 후지산 봉우리가 한눈에 보이고, 드넓은 태평양이 발 아래 펼쳐진다. 다네가시마 골프클럽은 전 세계에 100여개의 골프 코스를 설계한 칼 리튼이 직접 설계한 곳. 다네가시마 우주 발사기지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며, 커다란 야자수가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두 클럽 모두 18홀 코스이며 그린피는 13만~15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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